내가만난대산

성공 비결은 학이시습(學而時習) - 최욱환
글쓴이 관리자

날짜 20.05.04     조회 226


신록이 우거져 녹음방초(綠陰芳草)가 꽃보다도 아름다운 5월 어느 날 잘 다듬어진 안양 컨트리클럽의 잔디 위에서 대산 신용호 창립자님과 월전 장우성 선생님을 모시고 라운딩을 하게 되었다. 두 어르신을 모시고 운동할 수 있는 감사함으로 나는 잔잔한 흥분 속에 파묻히게 되었다. 검게 탄 피부와 흰 머리가 어우러진 모습으로 백구를 날리는 창립자님의 아름다운 모습은 노신사의 위엄이 곁들인 연부역강(年富力强)의 모습이었다. 친구 월전 선생님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나누는 농담조차 내게는 많은 교훈이 되었다. 

 

칭찬의 힘

 

돌이켜보니 월전 선생님과 대산 선생님의 치과 주치의로서 30여 년 간 그 분들의 입 속 상태를 다 외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프지 않으면 치과에 가지 않는데, 창립자님도 그랬다. 그런데 하루는 아침 일찍 대산 선생님 집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윗니 어금니 쪽으로 동통(疼痛)이 심하다’는 전갈이었다. 오시게 하여 검진해보니 ‘상악 제2소구치의 치아우식증’에 의한 ‘급성 치수염’으로 심한 통증을 수반하게 된 것이었다. 

치료하자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대산 선생님은 치료대에서 일어서시며 한마디 하였다. 

“최박(崔博)은 천하 명의야!”

또 칭찬이 시작되었다. 대산 선생님은 칭찬을 잘하신다. 칭찬을 들으면 내 마음은 감사함으로 가득 차고 만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한다. ‘나도 칭찬을 많이 하는 살람이 되어야겠다’고.

 

배우고 익히고 반복해서 노력하라

 

대산 선생님은 주요 행사에 늘 나를 불러주었다. 세계적인 큰 상을 받으실 때도 같이 하면서 평생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한 길을 걸어오신 위대하신 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곤 했다. 

한번은 대화 중에 “명사와 명인, 성공하신 분들, 유명한 골프 선수들가지 그들의 성공비결을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여쭤보았다. 그러자 잠시 생각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k 

“그것은 학이시습(學而時習)이여! 배우고, 익히고, 반복해서 노력을 경주할 때 성공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어.”

숨어 있는 뜻을 깊이 보기 위해 <논어(論語)>의 앞부분을 찾아 적어본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친구들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몰라주어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가?

 

배우고 익히고 또 배우고 익히고 반복해서 익힌 사람 가운데 성공하지 아니한 사람이 있겠는가? 한없이 깊은 뜻을 함축한 ‘학이시습’은 내가 늘 기억하고 있는 대산 어록의 한 말씀이다. 

 

세계에 새겨진 학이시습

 

또 하나 숨겨진 비사(祕史)가 있으니, 대산 선생님이 대해(大海)를 건너 대산(大山)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우연히도 내가 그 다리를 놓았다. 미국 서부에 미국에서 가장 큰 사립대학이 있는데, 도덕적으로나 실력으로 높은 표준을 갖춘 학생과 교수로 가득 채워진 대학교다. 바로 브리암 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이다.

유타 주 정부가 있는 솔트레이크 시 남쪽에 인접한 프로보 시에 있는 대학인데, 내 두 아들이 그 곳을 졸업했고 나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그 대학의 언어연구원은 한국학을 공부하는 150여 명의 학생 외에도 한국어를 공부하는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거쳐간 곳이다. 그런데 그 곳 도서관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 관련 서적은 대산 선생님이 보내신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 관한 서적이 부족하다는 대학 당국의 요청을 내가 대산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흔쾌이 허락하시어 엄청난 양의 귀중한 책들이 서가를 채우게 된 것이다.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는 전 한미재단 이사장으로 오랫동안 서울에서 근무했던 마크 이 피터슨 교수의 노고가 컸다.

세계로 뻗어가는 대학민국의 훌륭한 문화를 알리며 열심히 공부하는 젊은 평화봉사단원과 선교사들, 그리고 교포 자녀들에게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한미 우호의 가교를 굳건하게 세워준 대산 선생님의 공로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대학 당국에서는 감사함의 표시로 대산 선생님의 미소짓고 계신 존영(尊影)을 한국관 입구 벽에 걸어 주었다. 

도서관을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눈을 맞추며 잔잔한 목소리로 ‘학이시습(學而時習)이여!’라고 하시는 말씀이 들리는 듯하다.

 

 

 

-----------------------

최욱환 -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동 대학원 의학박사. 전)연세대 외래교수, 대한치과기재학 회장. 

            현) 재단법인 우림장학재단 이사장, 최욱환 치과의원 원장

 

 

* 본 글은 대산 신용호 선생 영면 1년을 기리며 2004년에 발간한 '내가만난 대산-세상엔 거저와 비밀이 없다'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 라인 라인

  • 휴대폰
  • --
  • 사진
  • 도배방지
  • 도배방지
    목록 이전 다음 글쓰기 답글 수정 삭제

현재페이지 1 / 1

그와 함께 한 14년의 모험 - 마리오 보타
  1989년 첫 드로잉을 시작해 열일곱 번이나 바꾼 끝에 10년 만에 설계를 마친 강남 교보타워는 내게 무척 의미가 큰 건축물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의 에브리 성당, 이탈리아 로베크레 미술관, 도쿄 아...

성공 비결은 학이시습(學而時習) - 최욱환
신록이 우거져 녹음방초(綠陰芳草)가 꽃보다도 아름다운 5월 어느 날 잘 다듬어진 안양 컨트리클럽의 잔디 위에서 대산 신용호 창립자님과 월전 장우성 선생님을 모시고 라운딩을 하게 되었다. 두 어르신을 모시고 운동할 수 있는 감사함...

아낌없이 주는 남자 - 신극범
교육계에 45년을 종사한 나와 46년의 역사를 가진 한 기업과의 만남. 그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의외로 '교육'이라는 한 단어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교육을 자신의 소명으로 알고 배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배움이 필요한 곳...

누구나 무한대의 가능성이 있다 -류태영
14년 전, 내가 농과대학 학장을 하던 시절이었다. "대한교육보험 회장님이 뵙기를 원한다"는 전화가 왔다. 나는 '농대 학장이 보험회사 회장을 만나서 할 애기가 뭐가 있나' 싶어 바쁘다고 거절을 하고는 끊었다. 그랬더니 "농촌에 관한 ...

우리의 영원한 멘토 - 이중효
요즘 많은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이 감옥을 제 집 드나들듯 하고 있다. 재벌기업의 분식회계(좋게 말해서 분식회계지 불법회계, 사기꾼회계라고 말해야 될 것이다), 정치자금, 비자금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불법이 세상을 뒤흔드는 모습을...

놋그릇처럼 길이길이 남으리 - 이봉주
나는 신용호 창립자를 딱 한 번,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보고 말 몇 마디 나눈 것이 전부다. 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앞을 내다보는 사람...

광화문의 거대한 산 - 신달자
1983년 세계보험대상을 받았을 때, 신씨 종친회에서 축하의 뜻으로 그 분의 높은 정신을 기리는 시를 써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개인을 대상으로는 시를 써본 적도 없고 그 분에 대해 별로 아는 것도 없는 나로서는 머뭇거리지 않을 수 없...

이 땅에 진 빚을 갚고 싶다. - 김성훈
  대산 선생께는 못다 이룬 꿈이 있다. 영정 앞에서 “누군가 이루어 줄테니 염려 말고 고이 잠드소서”라는 말을 안타깝게 달래야 했던 꿈. 나는 그 꿈을 꺼내보려 한다.     세 번째 만남    공식석상을...

목적은 사람이다 - 강원룡
  1970년쯤의 일이다. 모든 사람이 자기 자리에 머물러 있기 힘든 혼란과 격동의 시기에 한국과 미국의 기독교 대표자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나는 박적희 대통령을 반대하던 사람이었는데, 정부에서는 그 모임을 막기 위해 나...
1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