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참 만남 인터뷰_'천천히'살고 '느리게' 작업하며 전통을 잇다 (소목장 양석중)
글쓴이 송헌석

날짜 20.10.22     조회 51




 '천천히'살고 '느리게' 작업하며 전통을 잇다

- 소목장(小木匠) 양석중 이수자 -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다. 게다가 사계절이 뚜렷하여 나무들마다 아름다운 결을 갖고 있다. 

예로부터 이땅의 장인(匠人)들은 천혜의 자연미를 한껏 살리고자, 인공을 최소화하는 미덕을 보였다. 

이처럼 한국적 미가 가득한 가구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소목장(小木匠)이다.

 

 

정직한 나무들의 지휘자가 되어

 

▲ 소목장 양석중 작가 강화도 작업실에서

강화대교를 건너 전등사 방향으로 가다 보면 한적한 시골마을에 ‘와우목공방(蝸牛木工房)’이란 건물이 보인다.

 

국가무형문화재 소목장(小木匠) 이수자인 양석중 작가의 작업실이다. 10년 이상 자연 건조된 30여종의 목재들이 수종과 연도별로 질서 정연하게 쌓여있는 창고가 눈길을 끈다. 바로 옆 건물로 들어가니 나무를 다루는 수백 개의 연장들이 시야를 압도하며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대패, 망치, 톱, 끌 등등 종류와 개수를 헤아릴 수 없지만 나름대로 서열을 지키며 자리 잡고 있는 듯 했다. 어지러운 목공소보다는 마치 책꽂이에 장르별로 서적을 배열해 놓은 도서관에 온 느낌이다.

 

질서정연한 창고와 작업실은 “쓰임에 따라 적합한 목재를 구별하고, 필요에 따른 도구를 손쉽게 찾기 위해서”라며 “목재를 뜻하는 ‘재’(材)자가 쓰인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이 인사(人事)에 주로 쓰이지만 목공예도 어떤 나무와 연장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천차만별 달라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작가는 ‘목재와의 소통’이 목재를 선택하는 기준이라고 했다. 나무의 습성을 이해하면서 의사소통을 해야만 ‘나무들의 지휘자’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사람들 사이의 일은 변수가 많은데, 나무는 결과가 정직하다”고 말했다. “억지를 부려 나무를 자르고 다듬으면 가구가 된 뒤 결국 뒤틀리고 갈라지기 마련”이라며 “내 욕심에 가까이 하기보다는 나무가 가지고 있는 개성을 이해하고 맞추려고 노력 한다”고 말했다. 수명이 오래가는 느티나무, 가볍고 습기방지가 뛰어난 오동나무, 단단한 밤나무, 변형이 적어 가구의 기둥재로 적합한 참죽나무 등 용도에 따라 그 쓰임새는 제각각이기 때문이란다.

 

적재적소에 만난 '나무는 내 운명'

 

작가는 운동권 출신 늦깎이 목수다. 어느덧 나무 만지는 일을 업으로 삼은 지 20여년이 됐지만, 한때는 노동운동을 하고, 대기업을 다닌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명예퇴직을 한 서른일곱에 홀연 목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목수가 된 이유도 그에겐 ‘적재적소’ 이었다. “직업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사회나 남들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우선적인 비중을 두고 할 일을 찾아봤다. 그때 ‘나무’가 나타났다. 어느 날 앉았던 찻집의 나무탁자가 주는 편안함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나무의 덕성이 눈을 사로잡았다.

 

“전통가구가 주는 촉감과 다듬어 놓은 목재가 주는 따뜻함이 좋아서 소목장을 선택했죠”

 

처음엔 전통한옥 장인들 틈에 끼어서 문짝을 만드는 일부터 했다. 그러다가 가구로 방향을 틀었다.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박명배 선생 문하에 들어갔다. 스승을 만나면서 솜씨가 늘었다. 나무를 베어서 말리고 다듬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구 만들기란 짜맞춤뿐 아니라 쓰임과 공간도 재어보아야 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작가는 20여 년 동안 짜임기법을 이용한 전통가구를 만들면서 ‘현재의 쓰임새’를 중요시 한다. “가구는 용도에 걸맞은 공간이어야 한다”며 “가구를 놓는 집과 가구에 담는 물건이 변한 만큼 가구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구에는 그 시대의 생활상이 녹아들어 있다”며 “조선시대에 선망의 대상이던 가구가 현재의 것과 사뭇 다르듯, 미래 사람들의 미감(美感)은 오늘날과 다를 것”이라며 “당시에 맞는 주거공간과 쓰임새와 통용되는 가구를 내 시대에 맞는 물건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래의 전통을 고민한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의 전통’은 무엇일까?

 

                               ▲ 찬탁(饌卓)                                   ▲ 와인선반

 

2015년 프랑스 디자인특성화도시인 생테티엔의 디자인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그의 ‘찬탁(饌卓)’과 ‘와인선반’에서 답을 구해 본다.

작품들은 한국의 전통가구인 찬탁을 현대 주거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변형한 가구이다. 전통가구의 특징인 좌우 대칭 문양을 벗어나 비대칭 모양으로 현대양식의 세련됨을 돋보이면서 먹감나무 무늬를 한껏 살린 현대적 찬탁이다. 마치 강화 바다에서 해가 떠 솟아오르는 모습이다. 상처받고 약해진 부분까지 나무의 장점으로 살려냈다.

와인선반은 도자기나 책을 올려놓던 사방탁자의 형태를 기본으로 와인렉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결이 좋은 오동나무 판재를 불로 지져서 자연이 나무에 그린 세월을 그대로 살리면서 참죽나무의 색상과 어우러지게 하였다. 전통기법을 활용한 현대주거환경에 맞는 가구로 찬사를 받았다.

 

▲ 강화반닫이 

그의 대표작으로는 두 작품 이외에 2013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삼층장’을 비롯하여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 작품전에서 국립무형유산원장상을 받은 ‘강화반닫이’가 있다. 한눈팔지 않고 톱과 대패를 잡아온 그만의 ‘나무철학’이 안겨준 쾌거이다.

강화반닫이는 섬세하고 치밀한 세공으로 조선시대 왕실용으로 쓰인 가구다. 그가 재생시킨 강화반닫이는 작년에 태풍 ‘링링’이 왔을 때 벼락을 맞고 쓰러진 강화도 연미정(燕尾亭)의 상징이었던 500살 먹은 느티나무를 재료로 활용한 일종의 ‘재능기부’이다. 당시 느티나무는 연미정이 다치지 않게 옆으로 쓰러졌는데 이를 두고 주민들은 느티나무가 안간힘을 써 그리됐다고 칭송했다. 그러던 것을 양석중 작가는 느티나무의 갸륵함을 기려 강화반닫이로 재생시키겠고 하여 만든 것이다.

 

전통문화 계승의 진전성을 추구하다

 

작가는 국가무형문화재로 대표되는 전통문화의 계승자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소목의 경우 무엇보다도 만지는 재료인 원목의 나뭇결이 제각기 다른 까닭에 붕어빵처럼 찍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합판을 사용해 단시간에 대중적 취향으로 뽑아내는 공산품과는 대량생산경쟁이 안된다. 그렇다고 가격을 낮춰서 수요를 맞출 수도 없는 일이다. 대부분 수작업의 소량생산이므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생계와 이어지기 마련이다. 전시회 또한 주문 제작 틈틈이 창작품을 만들어야 하므로 힘에 부친다.

그는 “전통문화의 계승을 시장에만 맡기면 존립이 어려워지고 원형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며 “값이 비싼 전통아교로 접착한 나무와 저렴한 공업용 본드의 차이는 물론이고 시간이 절약되는 인공건조를 하면 자연건조만큼의 효과를 볼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양작가는 “전통은 옛 장인이 지녔던 철학”이라며 “전통문화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나 사회가 지원안을 고민해주길 바란다”며 말을 맺었다.

‘천천히 살고 느리게 작업하기 위한’ 와우목공방(蝸牛木工房)의 이름처럼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작업이 달팽이의 느린 속도로 시장의 효율성보다는 진정성을 쫓아서 간다면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곳에 닿기도 한다고 했다.

양석중 작가의 더 높은 비약(飛躍)을 기대해 본다.

 

 취재/글 : 이종원(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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